몇 개의 포스팅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8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결산해 보려고 합니다. 그 첫 번째는 제 수상 예측 성적을 점검해 보는 일입니다. 작년에는 총 24개 부문에서 18개 부문을 맞히는 좋은 성적을 냈는데, 올해는 이것보다는 저조한 15개 부문만 적중했습니다.
주요 부문 (6/8)
- 남우조연상 크리스토프 왈츠 /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많은 분들이 아바타가 작품상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놀라는 분위기였지만, 사실 골든글로브만 제외해 놓고 보면 12월부터 작품상 판세는 허트 로커로 기울어가는 추세였고, 감독상도 '이제는 여자 감독이 아카데미상을 받을 때도 됐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캐써린 비글로우의 수상이 점쳐졌었죠. 단지 아직 한국에서 개봉하지 못해서 많은 사람들이 들어보지 못했을 뿐입니다. 이변이라고 보기 힘들어요.
연기상도 무난했습니다. 그나마 여우주연상을 놓고 메릴 스트립과 산드라 블록 사이에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듯 했었지만, 작품 잘 만나 그녀 연기 일생에서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 산드라 블록이, 자신이 세운 기록을 또 경신하며 16번째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메릴 스트립을 누르고 오스카를 가져갔습니다. 메릴 스트립은 당분간은 계속 후보에 오를 것이고 언젠가 생애 세 번째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는 날이 오겠지만, 솔직히 산드라 블록이 다시 아카데미 시상식에 초청될 날이 언제가 될 지 누가 알겠어요.
영화 시나리오를 놓고 작가들에게 주는 상에 해당하는 각본상, 각색상 두 부문의 예상을 모두 놓쳤습니다. 사실 작품상 유력 후보의 작가가 아카데미상을 받지 못하는 일은 드물다는 걸 알면서도, 쿠엔틴 타란티노가 어쩐지 한 부문에서는 상을 받아갈 것 같았는데 안타깝네요. 각색상은 보기드문 이변이었습니다. 골든글로브, 작가조합상, 영국아카데미상에서 인 디 에어가 한 번도 각색상을 놓친 적이 없었는데, 아카데미는 프레셔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기타 작품상 부문 (2/3)
- 외국어영화상
프랑스 / 예언자 아르헨티나 /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
아카데미 시상식의 가장 큰 상인 작품상을 제외하고도 이 세 개의 부문은 일종의 작품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죠? 아카데미 역사상 두 번째로 작품상 후보에 오른 애니메이션 영화라는 기록을 남긴 업이 애니메이션상을, 일본 타이지 마을의 돌고래 살상을 폭로한 더 코브가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습니다. 외국어영화상은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호평과 찬사를 받은 프랑스의 예언자와 독일의 하얀 리본을 제치고 아르헨티나 영화가 수상했네요.
기술부문 (7/10)
대부분 예상대로 흘러갔습니다.
촬영상은 아바타, 허트 로커 그리고 하얀 리본 사이의 삼파전이 예고되어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세 영화 모두 고른 지지를 받고 있었음에도 모두 각자의 약점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아바타의 영상은 매우 훌룡하긴 했지만 그것은 뛰어난 3D 기술 덕분이지 촬영감독의 공로는 아니지 않느냐 하는 시각이 있었고, 허트 로커의 경우는 저예산 전쟁영화의 특성상 핸드헬드 신이 많은데, 아무래도 조금 보수적인 아카데미 특성상 지금까지 핸드헬드는 크게 환영받지 못한 역사가 있거든요.. 하얀 리본은 앞의 두 영화와는 달리 아주 전통적인 촬영방식으로 촬영되었지만 흑백영화인데다 외국어영화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었습니다. 이 셋 중에서 어느 영화가 상을 받았더라도 이상하지 않았을 겁니다.
음향상, 음향편집상은
아바타와
허트 로커 사이의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접전이었습니다. 블록버스터와 전쟁영화 모두 음향이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니까요.
아무래도 기술 부문에서만은 아바타가 상을 좀 많이 받아가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허트 로커가 싹쓸이했네요.
단편부문 (0/3)
- 단편애니메이션상
월레스와 그로밋: 빵과 죽음의 문제 로고라마
- 단편다큐멘터리상
중국의 인재: 쓰촨성의 눈물 프루던스의 음악
언제나 찍다시피 하는 부문들입니다. 딱히 할 말도 없네요. 근데 그렇다고 세 개 다 틀릴 줄이야..
다음 포스팅에서는 올해 아카데미의 역사를 새로 쓴 두 영화인과 그 영화들을 집중 조명해보고자 합니다. 어제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고의 화두는 82년 역사상 최초로 감독상을 수상한 여성 감독 캐써린 비글로우였죠. 하지만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건 캐써린 비글로우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흑인 작가로는 처음으로 시나리오부문에서 상을 받은 프레셔스의 작가 제프리 플레쳐가 그 두 번째 주인공입니다. 허트 로커와 프레셔스 모두 아직 한국에서 개봉일정조차 잡혀있지 않은 상황인데, 하루빨리 극장에서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